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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프란치스코

조회 수 2099 추천 수 0 2014.02.19 16:19:45

사회

종교

“그의 방엔 항상 똑같은 의자가 두개 놓여 있었다”

 

 

최근 교황에 의해 아르헨티나 산마르틴의 보좌주교로 임명된 동포 1·5세 문한림 주교.

[종교의 창] 20년지기 문한림 주교가 본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식과 대전 아시아청년대회 행사에 맞춰 오는 8월 방한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 1282년 만의 첫 비유럽권 교황, 남미 최초의 교황, 첫 예수회 출신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의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는 등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고향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 인근 산마르틴교구 보좌주교에 동포 1.5세인 문한림(59) 주교가 임명됐다. 교황의 20년지기인 그를 지난 7일(현지시각) 만나 인터뷰를 했다.

산마르틴으로 아직 이사 가지 않고 주임신부로 있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플로레스 지역 성 고스마와 다미아노 본당 사제관에 머물고 있는 문 주교는 성모상과 성 김대건상만이 모셔진 단촐한 세평짜리 방에서 반갑게 맞았다.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가톨릭대 3학년 재학 중 아르헨티나로 이민간 가족을 따라온 그는 이곳 신학교에서 공부를 마친 뒤 1984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제가 돼 올해로 서품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 국적을 지니고 있다. 교황이 아르헨티나 시민권자도 아닌 영주권자인 자신을 주교로 낙점한 데 대한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그는 “주교가 돼 아르헨티나 국적을 가져야 할 입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이중국적을 가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본래 이름인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가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돼 당시 교구 내 4개 지역 중 가장 가난한 플로레스 지역 주교로 온 1994년부터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 무료로 환자들을 치료해주는 알바레스시립병원 원목으로 있던 문 주교는 당시 베르골리오 주교에게 건의해 한국의 성가소비녀회 수녀들이 그 병원에서 사목하도록 했다. 베르골리오의 주교관이 있던 동네에 살며 하루에도 몇번씩 만나곤 했던 그는 프란치스코가 교황이 되기 전 어떤 인물이었는지 아는 산증인이다.

문 주교는 1960~70년대 군부독재 시절 남미의 민주화와 인권의 빛이었던 해방신학엔 호의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땅끝까지 전도’를 강조하는 개신교 복음주의자와 같은 성향을 풍겼다. 교황의 ‘교서’도 정의나 평등보다는 복음과 선교적 관점에 무게를 두고 해석했다. 이런 그와의 인터뷰에서 똑같이 낮은 자가 되어 소통하는 ‘베르골리오 스타일’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주교시절 방에 들어갔을 때
어떤 의자 앉아야 할지 당황
같은 위치서 마주앉으려는 뜻
오랜 전통이 만든 격식 싫어해
추기경 때도 시내버스 즐겨 타

지위 오를수록 낮은 곳 임하고
좌우 이념, 인종, 종교 벽 없이
누구와도 소통하는 게 그의 스타일

─베르골리오 주교를 처음 만날 때가 기억나나?

“처음 주교님 방에 들어가 당황했다. 침대 하나, 옷장 하나, 책 몇권이 전부인 단촐한 방에 똑같은 의자가 두개 놓여 있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의자에 앉아야 할지 몰라 앉으라고 할 때까지 서서 기다렸다. 주교 때도 추기경 때도 자신이 특별한 의자를 사용하지 않고 늘 같은 의자를 쓰고, 한 사람은 높고 다른 사람은 낮은 쪽에 앉게 하지 않고 같은 위치에 마주 앉게 해 전혀 거리감을 두지 않게 했다. 대화가 끝나면 걸어서 한참 나와야 하는 정문까지 배웅을 해주었는데, 부담스러워 들어가시라고 하면, ‘확실히 가는지 보려고 그런다’고 농담을 하셨다.”

─가톨릭은 무엇보다 위계질서가 강하지 않은가?

“그러나 교황님은 전혀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특징이었다. 주교로 있을 때 휴대전화에 메시지를 남기면 한시간 안에 비서도 시키지 않고 본인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 교황이 된 뒤에도 아르헨티나의 많은 지인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한두번이 아니다. 세계적인 일을 하면서 어떻게 짬을 내서 세세한 데까지 신경을 쓰는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주교나 추기경으로 있을 때도 성당 등에서 초청해 미사 집전하러 올 때 차를 보내려 전화를 드리면 ‘알아서 갈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하곤 시내버스를 타고 오곤 했다. 빈민촌은 치안이 좋지 않아 위험하다고 하는데도 그분은 신부복 입고 조그만 가방 하나 들고 혼자 찾아다니곤 했다. 교황청에서도 교황들이 쓰던 방에 들어가지 않고 주교나 추기경들이 쓰는 방에 그대로 머물고, 이곳에서 신던 구두를 그대로 신고 있다고 들었다. 몇세기에 걸친 교황청의 전통이 있을 터인데 워낙 격식을 따지지 않은 분이니 전통적인 분들은 상당히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이 베르골리오 추기경(왼쪽) 시절 문 주교와 함께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문한림 주교 제공

─베르골리오가 교황이 될 줄 알았나?

“위엄을 보이기보다는 거리감 없이 자상한 분이었기에 추기경이 될 때도 깜짝 놀랐는데, 교황이 되어 더욱 깜짝 놀랐다. 그분이 작년에 새 교황 선출을 위해 로마에 가면서 현직 은퇴 나이가 돼 퇴직자 숙소에 방을 마련해놓고 ‘얼른 갔다 오마’고 가셨는데, 아직까지 못 돌아오고 있다. 그 방은 지금도 빈방으로 있다. 이분 성격으로 보았을 때 더 나이가 들어 교황직을 수행하기가 힘이 들면 ‘새 교황 뽑아라. 나는 비행기 이코노미 좌석 표 하나만 사주라’고 돌아올 것 같다.”

─베르골리오가 교황으로 선출된 뒤 이름을 왜 ‘프란치스코’로 정했다고 보는가?

“교황으로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처럼 자신을 버리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살고 싶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이분은 말을 많이 하는 분이 아니라 태도나 행동으로 보여주는 분이다.”

─교황이 지난해 말 발표한 첫 교서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에서 ‘교회가 손에 흙 묻히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며 세상 밖으로 나갈 것을 강조한 뜻은?

“하나님의 복음, 기쁨의 소식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게끔 선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것이다. 가톨릭은 중세기 이후부터 많이 침체돼 있다. 전통만 고수하면서 제자리걸음도 못 하고 뒤로 물러났다. 1965년 바티칸 공의회 이후 쇄신운동이 일어나 많이 쇄신이 됐지만 아직도 한참 멀었다.”

─복음화를 위한 교황의 스타일은 무엇인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우선 가깝게 느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신다. 나는 높은 자리에 앉아 낮은 자리의 사람을 내려다보면 서로 가까워질 수 없다. 선생님처럼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친근감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왕처럼 빈민촌에 가면 빈민들과 가까워질 길이 없다. 그들과 같은 버스에 타고 함께 먹고 나누어야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이 땅으로 내려와 같이 먹었듯이 우리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사목 방향은 그처럼 낮은 데로 내려가는 강생(降生·내려와 삶)이다. 그러니 주교가 되고 추기경이 되고 교황이 되는 것은 한 등급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 등급씩 내려가 더 섬겨야 한다는 것이다.”

─1970~80년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 교황의 행적을 아는가?

“그때는 살벌한 때였다. 누가 말을 해도 보도되지 않았다. 주교나 추기경이 비판을 하면 신부나 수녀를 죽였기 때문에 입이 있어도 말하기 어려웠다. 38년 전 당시에 교황님은 젊은 신부였기 때문에 중요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

─교황의 사회·정치적 성향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있는데?

“교황님은 좌파 우파 진보 보수를 원래 따지지 않았다. 같이 만나 이야기하고 같이 먹고 소통하는 것을 우선시했다. 어느 인종이냐, 어느 종교냐, 어떤 성향이냐로 벽을 두기보다는 누구든 벽이 없이 대해 사람들이 놀라곤 했다. 누구하고나 소통하는 것이 교황 스타일이다.”

─문 주교는 앞으로 어떤 사목에 초점을 맞추고 싶은가?

“인격적인 만남을 중시하겠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남으로써 그분을 통해 죽은 다음이 아니라 여기 현실에서 행복해지도록 하고 싶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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