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도원에서 한 수사님이 사과나무 묘목을 심고서는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주님, 여린 뿌리가 먹고 자랄 수 있는 비가 필요해요.
부드러운 소나기를 보내 주세요."
그러자 주님은 부드러운 소나기를 보내 주셨습니다.
수사님은 또 기도했습니다.
"주님, 나무에겐 태양이 필요해요.
태양을 비춰 주세요. 주님, 간절히 기도 합니다!"
그러자 방울진 구름 사이로 햇빛이 미끄러지듯 내리비쳤습니다.
"나의 주님, 이제는 서리를 내려 주세요.
세포를 지탱하려면 서리가 필요해요."
라고 수사님은 또 외쳤습니다.
그런데, 어린 나무는 서리를 맞고 반짝이며 서 있다가 저녁이 되자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이 수사님은 다른 선배 수사님의 방을 찾아가 그 이상한 경험을 말해 주었지요.
그러자
"나도 작은 나무를 심었었지. 그리고 이 나무는 아주 잘 자라고 있다네."
라고 말했습니다.
그 방법을 묻자, 이렇게 답변하셨습니다.
"나는 나무를 하느님께 맡겼네.
하느님은 이걸 창조하신 분이시니 나 같은 인간보다 필요를 더 잘 아시니까 말일세.
어떤 조건도 걸지 않았네. 방법도 수단도 정하지 않았지.
나는 '주님, 이 나무에게 필요한 것을 보내 주세요. 주님이 창조하셨으니 주님이 아십니다.'
라고 기도했다네."
결국 하느님께서 알아서 해주시니 기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무조건 내 뜻대로 해달라는 기도가 아닌,
하느님께 온전히 맡길 수 있는 의탁의 기도를 바쳐야 한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전해주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필요할 때만 바치는 기도가 아닌,
어떠한 상황이든 상관없이 항구하게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말 해줍니다.